초록의 공명

(2007-06-18 18:14:24)
이계삼
달려라 애비
이른바 ‘재벌회장 부자 심야 활극’ 사건은 내게는 상당히 ‘문학적’으로 다가온다. 인물, 사건, 배경이 너무 그럴 듯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소설 같고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그려진 재벌의 멘털리티랄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들의 경멸이 소설적인 과장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은강그룹 회장의 아들 경훈이 재판정에 몰려온 발육 부진하고 땀 냄새에 전 여공들을 처음 봤을 때 “천날을 고도에서 보낸다 해도 자고 싶은 생각이 안 날 아이들”이라고 하거나, 난장이의 부인을 보고 “작지 않은 저 여자가 어떻게 난장이와 성생활을 했을까” 궁금해 하는 식으로.

그날 아버지는 청담동에서 청계산으로 다시 북창동으로 달려가는 승용차 안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도 ‘문학적으로’ 상상해 보았다. 아마 이랬을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만 되면 돈 달라고 손 내미는 치들한데 돈도 바쳐야 한다. 검찰청사 들락거리고, 외국에 도망 다닌 적도 있다. 이런 내 인생의 낙은 내 새끼들이다. 내 둘째가 누군지 아느냐? 예일 다닌다, 이눔들아. 큰 놈은 하버드고. 그런데 니놈들이 우리 아들을 패? 기다려라, 이눔들아. 애비가 간다.”

그날 그 순간, 애비와 아들에게는 자신들 말고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경호원들 둘러 세워놓고(조폭도 있었다던가), 무릎 꿇려 놓고, 기분대로 내려 조길 때, ‘깍두기 국물’ 줄줄 흐르는 저 젊은 애들도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이 세상은 다들 부자 되자고 난리들인데, 최고 부자인 저 애비의 마음은 다 큰 아들 눈두덩이 상처 앞에서도 지옥 삼정목을 헤맨다. 저 강팍함과 메마름 앞에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애비의 활극이 지면을 수놓는 한구석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노인들 밖에 없는 강원도 최전방 농촌 마을에서 하루 일당 4-5만원 받으며 힘든 농사일을 척척 해내던 태국 출신 이주 노동자(지금은 농민인)가 있었는데, 컨테이너에서 불이나 세 사람 모두 숨졌다는…. 농한기엔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억척스레 일하던 순해빠진 저 불법체류자들은 그렇게 저세상으로 떠났다. 난장이의 삶은 오늘도 여전하고, 저 문학 텍스트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재연되는 이 사회는 그러므로 깊이 병들어 있다.

저 용감한 애비에게 들려주고픈 싯구절이 있다. “…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 다만 나팔꽃 피었다 진 자리마다 / 동그랗게 맻힌 꽃씨를 모아 /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안도현, ‘땅’)  그런데, 써 놓고 보니 애비는 좀 어려워할 것 같다. 차라리, 이런 구절이 더 나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 저밖에 모른단다 /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고은, ‘머슴 대길이’)  (전교조신문,2007.5.14)

초록 (2007/06/21 17:49:23)

선생님,
저는 천성산 일을 하면서 가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었어도 늘
< 아버지가 계셨으면 >
<이럴때 우리 아버지 같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저를 위해 한없이 용감하여지셨을 아버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지요.
생전에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분이었는데 돌아가시고는 참 그립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때때로 <아버지가 보고 계시겠지> 하는 생각도 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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