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8-08-29 23:20:41)
초록
낮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1.

서울  법원에서 조선일보 변론 준비 심리를 마치고  안동까지 내려 왔지만  안동에서 영덕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쳐 버렸다.  부산이나 포항으로 나가는 차도 끊어져   당황하고 있는데 요행  터미널에서 부산 예수성심 수녀원의 수녀님을 만나  영양성당에서 하룻밤을 묵고있다.   당일치기는 아무래도 무리였나보다. (hu,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걸음을 해야 이 일이 끝나게 될까)

변론준비는 20분 가량 진행되었는데  판사님께서  서류를 정리하여 주시고,  두분의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증인  신청을 받아주시고,  다시한번 변론 준비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이야기는 정리되었다.  조선일보의 대리인으로 출석한  변호사는  40대 중반의 젊은 변호사였고  변호사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 어쩌면 이 소송 중에 그들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2.
서울이라는 곳에 갈때 마다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높은  회색 빌딩들은 사람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머신처럼 느껴진다.  특히 법원 건물은 그 분주함과 어수선함으로 인해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곧바로 그 건물의 일부분으로 조합된다.  570호는 내가 들어가야 할 방 의 번호이고 방앞에는 사건번호가 적혀있고 그 방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밖에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좁고 어두컴컴한 복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류를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변호사들이었고  눈매가 곱지 않은 사람들은 원고였으며 피고들의 모습은 긴장되어 보여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복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kafka의 심판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어느날 소재를 알수 없는 재판소로 부터 체포되어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가 어느날 아침 끌려가  처형되고 마는......

결국 법정에서  내가 변론하려는 것은  그들의 혐의가 아닌 나의 무혐의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펐다.
그런데........   무엇으로 부터 혐의를 벋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는 무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건만   무엇이 나를 길위에서 헤매게 하는것일까?  
젖배를 골은 사람처럼  허기져서......   멈추지 못하는 이 독백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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