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8-11-21 17:49:25)
초록
11월의 생태일지 (나무의 겨우살이)

잎새 끝에 붙어있는 마른 잎들이 미풍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뜰에 수북히 떨어져 쌓인 낙엽을 부질없이 쓸고 있지만 그렇게 땅에 떨어진 것들은 추운 겨울
땅이 얼지 않도록 대지를 덮어 뿌리를 보호하고 봄이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되어 모체를 찾아 갑니다.



나무는 그렇게 고요한 호흡으로 꽃피고 열매 맺고 씨앗을 뿌리며
그늘을 드리우고 새들을 부르고 사람을 이롭게 하며  자신이 뿌리 내린 땅위에 고추 서서 100년 200년을 살아갑니다
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뿌리에 거름이 되지 못하는 우리의 개발과 발전, 생활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나무의 겨우살이    
                                                    [출처]  세밀화로 그린 나무 도감 : 보리출판사

  어느듯 겨울이 왔다. 나무들은 가을에 잎을 홀홀 떼어내고 몸을 줄여서 겨우살이에 들어간다. 여름에는 우거진 잎 때문에 가지가 잘 보이지 않지만 겨울에는 나무마다 가지 생김새가 잘 드러난다. 날렵한 어린 가지는 위로 힘있게 뻗치고 굵고 늙은 가지는 구불구불 옆으로 뻗는다.
  
멀리서 바라본 겨울 참나무 숲은 짙은 잿빛을 띠어 단조롭게 보인다. 하지만 눈여겨 보면 줄기와 가지, 어린 가지와 늙은 가지, 가지와 눈의 색이 저마다 다르다. 참나무 가운데에서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는 시들어서 누렇게 된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난다. 봄이 되어 새잎이 돋아나야만 묵은 잎이 떨어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에 달린 묵은 잎이 흔들리면서 버석버석 소리를 낸다.
  
추운 곳에 사는 나무들은 가지에 겨울눈을 가지고 있다. 겨울눈은 생긴 그해에는 자라지 않고 겨울을 지나 이듬해에야 싹이나 꽃으로 자란다. 겨울눈은 수많은 딱딱한 비늘잎으로 싸여 있다. 비늘잎은 기왓장처럼 겹겹이 겹쳐져서 속에 있는 어린 싹을 감싸고 있다. 나무들은 매서운 추위에서 살아남으려고 겨울눈에 여러 가지 보호장치를 곁들인다. 치자나무 겨울눈은 비늘잎의 겉에 밀랍을 덮어 쓰고, 철쭉의 겨울눈은 끈적끈적한 물질을 덮어 쓰고 있다. 리기다소나무의 겨울눈은 송진을 바르고 목련의 겨울눈은 포송포송한 잔털을 뒤집어 쓰고 있다.

  어떻게 하여 겨울눈은 추운 겨울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을까? 완전히 자란 겨울눈은 곧 싹트지 않고 얼마 동안 깊은 겨울잠에 빠진다. 이것을 휴면이라고 한다. 잠자는 기간은 나무마다 다르다. 또 휴면하는 겨울눈은 어떻게 매서운 추위에 얼지 않고 봄에 새싹이 돋아날까. 그것은 날씨가 추어지면 겨울눈의 세포 속에 있는 물이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온도가 0℃ 이하일 때 세포 속에 물이들어 있으면 그것이 세포 속에서 얼게 된다. 그러면 물보다 얼음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세포가 눌려 죽게 된다. 이렇게 물이 빠져 나오는 현상은 겨울눈 뿐만 아니라 줄기나 가지에서도 일어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 나무의 세포들은 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물에 녹는 당분도 많이 만들어 놓는다. 그러면 세포 속에서 물이 얼지 않는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물이 세포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새싹이 돋아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가지에 설익은 작은 열매를 단 채로 겨울을난다. 이 어린 도토리는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 봄에 가루받이를 끝낸 소나무도 겨울 동안 작은 열매를 달고 있다가 이듬해 가을에 솔방울을 만든다. 개암나무와 자작나무는 가지에 긴 수꽃을 늘어뜨리고 봄을 맞는다.

  겨울에도 꽃이 피는 나무들이 있다. 매실나무는 겨울에 꽃이 핀다. 눈이 채 녹지 않았을 때부터 꽃이 핀다. 동백나무도 겨울에 꽃을 피운다. 동백나무는 남해안 섬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늘푸른나무다. 동백나무가 자라는 남쪽 지방에서는 차나무와 보리장나무도 겨울에 꽃이 핀다.
  겨울 숲에 눈이 너무 내리면 눈 때문에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소나무 숲에 눈이 많이 쌓이면 낭패를 당한다. 눈무게에 눌린 기지가 견디다 못해 꺾이기 때문이다. 억센 줄기마저도 부러진다. 눈이 많은 동해안에서는 겨울 동안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잎이 진 참나무는 눈이 어지간히 쌓여도 부러지는 일이 좀처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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