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9-01-10 22:03:37)
초록
가자에서 눈이 멀어


가자 지구의 침공과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이 연상되어 A.헉슬리의 '가자에서 눈이 멀어'라는장편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타이핑했습니다. 이글은 우리에게 훌륭한 신세계라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는 헉슬리의 장편소설로  관념에서 평화주의자로 나아가는 자전적 소설이라고들 합니다.  선과 악, 전쟁과 평화,  문명과 야만 사이를 걸어가는 지식인의 편린으로 한번쯤 읽어볼 만한 글이라고 생각되어 옮겨봅니다.                               <학원사, 송관식 옮김>



근계,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얼마 전 부터 우리는 귀하를 계 주시하여 왔고, 따라서 우리는 귀하를 현제의 불충분한 반역 자세로 계속 나가게 두어서는 안된다고 결의하는 바이오. 우리는 당신에게 공정한 경고를 고하는 바이오. 또다시 귀하가 그 더러운 평화주으의 연설을 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마땅한 대접을 해 줄 것이오. 경찰에 호소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오.
조만간 우리는 당신을 붙잡을 것이고, 그건 당신에게 유리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오. 오늘밤에 단신이 베터시에서 연설 할 것이라는 것이 발표되었소. 우리도 거기에 참석할 것이오. 그러므로 우리는 귀하에게 경고하는 바이오. 만일 귀하가 귀하의 비겁한 육체를 귀하게 여긴다면, 삼가라고, 당신은 이 경고를 받을 가치도 없지만, 우리는 당신과 같이 비열한 자에 대해서까지도 정정 당당히 행동하고자 하오.  再拜               영국 애국단


장난일까? 하고 앤터니는 생각했다. 아니,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그는 싱긋웃었다. “그들은 분명 아주 고결한 기분에 잠겨있겠군! 그는 혼자 말했다. ”그리고 아주 영웅적인 기분에! 영국을 위해서 주먹을 휘두르다니”

그런데 그 주먹이, 하고 그는 난로 앞에 앉아서 생각을 계속했다. 그 주먹이 자신을 향해 떨어질 판이었다- 만일 그가 강연을 한다면, 다시 말해서 그들이 공격하게 막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물론 강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경찰에 보호를 청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자신이 이제까지 설교해오던 것을 실행하는 수 밖엔

그러나 그것을 끝까지 해낼 정신적인 힘이 그에게 있을까? 만일 그들이 습격한다면, 때려 눕힌다면? 그것을 견디어낼 재간이 있을까?

그는 팜플렛을 작성하려는 일을 계속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 개인적인 문제들이, 식민지니, 위세니, 시장이니, 투자니, 이민이니 하는 보다 먼, 보다 더 비개인적인 문제들을 제쳐 버리면서, 끝임없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그는 그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무서운 분노의 표정을 그려보았고, 상상 속에서, 그들이 내뱉는 심히 모욕적인 말들을 들었고 그들의 치켜 올라간 손들이 내리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겁먹고 물러서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끔찍한, 얻어맞는 아픔을 견딜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이나? 밀러가 지금 여기에 있어 충고를 할 수만 있다면! 그러나 밀러는 글래스코에 가있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갔다. 치는 대로 맞으면서, 맞서 때림 없이, 굴복함 없이, 그대로 견딘다는 것, 그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용기가 없을꺼야”그는 연신 내까리면서, 자신이 겁먹게 될꺼라는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타파틀란에서 그 멕시코 젊은이가 총을 꺼냈을 적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그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치욕스런 일이 대중 앞에서 일어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헬렌도.

그리고 이번엔, 하고 그는 계속 생각했다. 이번엔 갑자기 당한, 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당신같이 비열한 자에게 대해서까지도‘라고, 그들은 이미 그에게 경고를 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이와같은 돌발 사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 여러 달 동안, 스스로를 훈련 시켜왔던 터였다. 그와 같은 사건에 대비하여 미리 연습을 해 두었던 것이었다. 그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하고 몸짓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그런 때가 올 때, 고통이 더 이상 가상적인게 아니 현실적인 것이 될 때, 과연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그가 무기력하게 쓰러져 버리지 않으리라는 무슨 보장이 있는가? 헬렌 앞에서- 헬렌이 그녀 자신의 인생의 어쩌면 또한 그 자신의 인생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며 서있을 때 만약 그가 쓰러져 버린다면, 자기 자신 이상의 것을 해치게 될 것이었다. 쓰러진다는 것은 그의 신념을 부정하고 그의 철학을 무효화하고, 자신의 친구들을 배반하는게 될 것이었다.’그런데 넌 어째서 그렇게 바보인가? 하고 작은 목소리가 묻기 시작했다. ‘어째서 너는 감히 신념과 철학이라는 짐을 짊어지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스스로 다른 사람을 배반 할 수도 있는 위치에 서있는 것인가? 어째서 되돌아가 천성적으로 네 자신이 하게끔 되어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인가,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상자갑 안에서 바깥을 구경하면서 논평이나 가하는 일을? 그 모든 게 결국,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사관이 있다 할지라도, 네가 어쩔 수 있겠는가? 어째서 불가피한 것을 조용히 감수하면서 그 가운데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지 않는 것인가>

겹겹이 쌓인 구름과 같은 피곤함으로부터 그 목소리는 이야기했다. 한순간 그는 검은 권태와부정이 담겨있는, 죽은, 말라빠진 깍지에 불과했다.
‘전화를 걸어’하고 그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감기에 걸렸다고 말해. 이삼일 자리에 누워있어라. 그리고 의사한데 부탁해서 네가 남 프랑스로 가야한다는 지시를 내리게 하라.......‘

갑자기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불길하던, 교활한 설득력을 갖고 있던 그 작은 목소리가 갑자기 우스꽝스러워졌던 것이다. 비열한 마음이 그런 정도로까지 높이 고양되어 그렇게 순진
하게 표현되다니, 코믹할 정도였다
.
“합일”하고 그는 똑똑한 발음으로 낮게 말했다.

손이 팔에 붙어있듯 그는 사람들에게 붙어있었다. 그의 친구들에게 붙어져 있었고, 심지어 그의 적들로 나타난 사람들과도 붙어있었다.
적과 친구, 그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이 좋은 것이라면 좋은 영향을, 잘못된 것이라면 나쁜 영향을. 합일, 하고 그는 다시 말했다. 합일.

인간의 합일. 모든 생명의, 다양하면서도 분리 되있으면서도, 하나로 합쳐져 있는, 분리된 개개의 형태지만. 어디서든 다 똑같은 어디서든 다 똑같은 근본적인 힘의 합일체들. 태양위의 표면에서와 그 태양의 빛으로 따스해진 생물의 살 위에서가 똑같고, 향기로운 버들리아 꽃송이 속에서와 푸른 바다와 수평선의 구름 속에서가 똑같고, 그 술취한 멕시코인의 권총에서와, 저 바위들 사이 누어있던 그 엉망이 된 얼굴의 거무틱틱한 말라붙은 피, 헬렌의 벌거벗은 몸 위에 흩뿌려졌던 그 선혈, 생살이 나온 마이크의 무릎, 상처에서 흘러나온 그 핏방울이 똑같고, 동일한 형, 그리고 동일한 형을 만들기, 마음속에서 그는 그러한 형들에 고나한 생강을,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러한 형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선택하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하는 , 생명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생명은 보다 단순한 형들로부터 개조되어 복잡한 형들로 되고, 광범위한 영역 전체에 걸쳐, 한결같이 복잡한 형들로 변하는 것이다.

정액이 난卵속으로 들어가면 세포는 분열하고 분열하여, 마침내 이런 사람, 저런 쥐, 혹은 말이 된다. 암소의 뇌하수체는 개구리가 제철이 아닌 때 번식을 하게 만든다. 임부의 오줌은 생쥐를 발정나게 한다. 양의 갑상선은 액솔로틀(도로뇽유생)을 아가미 달린 유생으로부터 공기를 마시는 도롱뇽으로 변모시키고, 크레틴병이 난장이를 발육이 좋은 이해력을 가진 인간으로 바꿔놓는다. 동물 생명의 한 형태와 다른 형태사이에는, 그 형이 서로 바뀔 수 있다.. 씨앗과, 잎과 뿌리로 된 형들 공기 중의 토양 속에 존재하는 보다 단순한 형으로부터 개조된 형들, 이러한 것들은 곤충과 파충류와 포유동물과 어류에 의해서 동화되고, 변형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생명의 합일, 그러나 그 합일은,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에서까지도 명백히 드러난다. 생명과 모든 존재는 하나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생명체도 다른 생명체로부터 혹은 그 주위의 생명 없는 물질로부터 영양을 끌어내 올수 없을 것이다. 파괴 속에서까지도 하나이며,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인 것이다. 각 유기체는 저마다 독자적인 것이다. 독자적이면서도 그러나, 그 본질적인 부분은 똑같음 속에 다른 모든 유기체들과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정신- 정신도 또한 독자적인 것이지만, 그러나 정신적 동일성이라는 기초 위에서 독자적인 것이다. 사랑, 믿음, 용기의 동일성과 서로 바뀔 수 있음, 겁 없는 애정은 미치광이에게 제정신을 되찾아주고 적대적인 미개인을 친구로 변모시키고 야수를 길들인다. 사람이라는 정신적 형은 한 정신에서 다른 정신으로 전이 될 수 있고, 그러면서 그 자신의 미점을 여전히 간직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혼르몬이라는 육체적 형이, 그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한 육체에서 다른 육체로 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사랑뿐이 아니라 증오도 마찮가지이다. 신뢰 뿐 아니라 의혹도, 그리고 친절함과 관대함과 용기 뿐 만이 아니라 악의와 탐욕과 두려움도 마찮가지이다.    

<중략>
요구되는 것, 인간이 종국에 스스로에게 요구 되는 것은, 만약 분리되어 있지 않았으면 無 였을 존재들 사이의 합일을 실현하는 것이며, 또한 악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사람들에 의해 선을 실행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법아래 태어났으되 다른 법에 의하여 묶인다.’

그 자신은 하고 엔터니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 자신은 전에는 그 전체를 하나의 시시한, 아니 골리기 위한 장난으로 보기를 택했었다. 그렇다. 택했었다. 그것은 의지의 행위였던 것이다. 그 모든게 무의미한 것 혹은 장난이라면, 그는 맘 편하게 마음대로 책을 읽고 냉소적인비평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와 함께 잘 마음이 있는 반반한 어느 여자라도 자지 못할 이우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는 더 이상 무책임한 생활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과 도리를 위한 의무가 있었다.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자면, 여자들과 자는 것과 닥치는 대로 읽는 것과 무심하게 빈정거리는 버릇은 방해가 될 것이었다. 그는 전에 그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하기를 택했었고, 그리고 지금 이십 여년 동안 그것은 쭉 무의미한 것으로 보였다. 간혹, 거기엔 어떤 핵심이 있을지도 모르며 더구나 그 핵심이 바로, 자신이 시시한, 골리기 위한 장난보기로 택했었던 것들 속에 들어있을 거라는 불안한 낌새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제 마침내 분명해진 것은 , 모종의 직접적인 체험에 의해 알게 된 것은 , 그 핵심은 바로 합일에 있으며 그리고 합일이 시작이며 합일이 끝이고
그 사이에 모든 생명과 모든 존재의 조건은 악에 해당되는 것인 분리인 것이다.,라는 사실 속에 있었던 것이었다.

<중략>악과 분리의 광란, 평화속엔 합일이 있다. 다른 생명들과의 합일. 모든 존재들과의 합일.모든 존재들 밑엔, 동일하면서도 분리 된 수 많은 형들 밑엔, 끌어 당기는힘과 밀어내는 힘 밑엔, 평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신의 광란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것과 똑같은 평화가. 헤아릴길 없이 깊은, 어두운 평화. 갈망과 혐오로 부터의 평화, 모든 분ㄹㅇ의 갈리릐 갈망으로 부터의 평화. 해방을 통한 평화. 자만심, 증오, 분노로 부터의 평화. 이 깊은 물속의. 밤속의 평화. 이 정적 속의 평화. 더 이상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더 이상 상상도, 더 이상 말도 존재하지 않는 이 고요한 공허 속의 평화. 거기에는 평화의 체험만 있을 뿐이고, 그 평화는 , 모든 개인적인 생명을 넘어서는, 그러나 그 자체가, 그 자신의 느슨함에도 불구하고, 목적이나 욕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생명보다 훨씬 가열한, 보다 풍요로운 , 그리고 보다 우수한 질을 가진 한 형태의 생명인 한 어두운 진공으로서의 평화인 것이다........                                          <중략>                                                    

벽시계가 일곱 시를 쳤다. 느릿느릿 조심스럽게, 그는 그 빛 속에서 빠져나와 , 도로 어둠으 헤치고 일상적인 존재의 고르지 않은 빛 그늘 속으로 들어섰다. 마침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먹을 것을 만들기 위해 부엌에 갔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집회는 여덟시에 열릴 것인데, 회의장까지 가자면 삼십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계란 두 개를 삶으면서 그동안 그는 앉아 빵과 치즈를 먹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그리고 평온하고 밝은 마음으로, 그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간에, 이젠 모든게 다 잘 될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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