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8-12-29 15:39:59)
초록
원이아버지께.hwp (377.0 KB), Download : 23
남들도 우리처럼 사랑했을까요

연일 들려오는 소식은 불길하여 산중에 앉아있어도 戰火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둠을 밝혔던 촛불은 흔들리고 설마 했던 일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며  400 여년 전, 남편을 사별한 후 아내가 쓴 소중한 편지 한통을 올려봅니다.
민간에서 처음 사용한 우리말 편지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이며  제게는 우리말을 사랑하게 된 연유가 되었고
거리에서 서름들을 견디게한 글이었기에 문득 옮겨 놓습니다.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세히 이르소서.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자네 항상 날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가시는가
나하고 자식하고 누구를 의지하여 어찌살라하고 다 버리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네 날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으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찌가졌던가
매양 자네더러 내 이르되 함께 누워 새겨본 것은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여겨 사랑할까  
남들도 우리 같은가하여 자네더러 일렀는데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네 여히고 아무래도 내 살수 없으니 수이 자네한데 가고자하니 날 데려가소서.
자네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찾을 수 없으니  이 마음 설운 뜻이 가이없으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며 살려하는가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이르소서
내 꿈에 이 보신말 자세히 듣고져 하여 이리 썼으니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이르소서
자네 내 밴 자식 낳거든 보고 사륄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구를 아바 하라 하시는가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 하늘아래 또 있을까  
자내는 한갓 그리 가계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 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두번째 글 역시 같은 무덤에서 나온 글로  
죽은이의 형이 동생을 보내며 쓴 만시로 애트한 형제애가 묻어나는 글입니다.








너와 함께 어버이를 모신지가
이제 서른 한 해가 되었구나
이렇게 갑자기 네가 세상을 떠나다니
어찌 이리 급하게 간단 말인가
땅을 치니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하늘에 호소해도 대답이 없다
외롭게 나만 홀로 남겨두고
너는 저 세상으로 가서 누구와 벗할는지
네가 남기고 간 어린 자식은
내가 살아 있으니 보살필 수 있겠지
내 바라는 것은 어서 하늘로 오르는 것
전생 현생 후생의 삼생은 어찌 빠르지 않겠는가
또한 내 바라는 것은 부모님이 만수하시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네
형이 정신없이 곡하며 쓴다.




초록 (2008/12/29 17:10:11)

10년전 뉴스에서 얼핏 보고 원문을 찾을 수 없어 기억속에서만 맴돌던 글이었는데 요행 지난번 조선
일보 심리에 참석하고 내려오는 길에 버스에서 만났던 학생이 고전을 공부한다기에 물었더니 메일로
자료를 보내왔기에 파일로 첨부하여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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