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3-06 08:47:21)
초록
지게를 지고 2





지난 번 잠시 다녀 간 아이들은 신허 어르신을 나무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늘 나무를 지고 산에서 내려오시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두 번씩 규칙적으로 산에 가신다.
한번은 오늘 땔 나무,  한번은 여름에 땔 나무를 장만하시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산에서 지고 내려오는 나무들은 대체로 그리 굵지 않은 잔 나무나 잔가지들이다.

지난 여름부터 할아버지는 무릎관절 치료를 위해 20리, 왕복 40리 길을 걸어 면에 있는 병원에 다녀 오시기도 하는데  길에서 마주치면 늘 묻곤하는 말

"할아버지 관절 아픈 것 맞으셔요?"  
언제나 우리의 상식은 거기까지이다.

이 산촌에는 또 한분의 나무꾼이 계신다.
지게를 지고 언덕을 내려 시는 분은 자야 아제이다. 
길 에서 그분을 만나면 저는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이고 서지 않을 수가 없다.
자야 아제가 지나갈 때까지 한편에 서있다가 인사처럼 묻곤 한다.

  






"어디까지 다녀오셔요?"
"저 언덕 너머"

그 언덕 너머로 나무를 하러 다니시는 자야 아제는 20여년 전 당뇨를 앓고 난 후부터 앞을 보지 못하신다.   
당신이 짚고 가는 지팡이와 오래 된 기억들이 당신의 길 안내자이다.

나는 그분이 밭에서 일 할 때, 풀을 벨 때 호미질과 낫질하는 손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자야아제의  눈은 보는데 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보려하지만  자야아제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39   늦은 첫눈  초록 07/03/18 550 
38   감자밭 품앗이  초록 07/03/17 515 
37   할미꽃의 슬픈 전설  초록 07/03/14 816 
36   두엄을 넣으며  초록 07/03/12 2021 
35   마음의 禮敬  초록 07/03/10 598 
34   고추묘종  초록 07/03/06 516 
  지게를 지고 2  초록 07/03/06 528 
32   산제 山祭  초록 07/03/04 521 
31    할아버지의 방  초록 07/03/03 523 
30   샘가에서  초록 07/03/02 510 
29   허수아비의 사랑  초록 07/02/26 1342 
28   봄볕에서  초록 07/02/25 603 
27   쑥을 뜯으며  초록 07/02/24 571 
26   쑥국을 끓이며  초록 07/02/19 649 
25   마을 청소  초록 07/02/15 489 
[1][2][3][4][5][6][7][8][9][10][11][12] 13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