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3-02 03:36:18)
초록
샘가에서












집 옆에 작은 묵밭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밭이 아니라 집터였다.
20년 정도 비어 있던 흙집이 무너져 보기 흉하게 뼈대만 남아 있었던 곳을  집 주인이었던 은하네가  개간하여 밭이라도 부쳐 먹으라 하신다.


그러나  무너진 집터를 밭으로 만드는 일은 그리 쉬운일이아니다.
하루 한두시간씩 한달 넘게 매일 일을 했지만 표시조차 나지 않는다.

마당 가득 들어와 있는 대나무도 베고 치워야하고  뒤엉켜있는 찔레와 잡풀도 베어내야하고 버려진 쓰레기와 폐비닐도 걷어야 하고 .... 거기에 구들과 석가래 넘어진것 까지 ......   일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포크레인을 부르면 한나절꺼리라고 하시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마당에 기계를 들여 놓는 일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 사람의 손이, 마음이 하는 일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일을 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진 내 삶을 돌아 보겠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이 나를 돌보고 있다. 쉴 틈 없이 돗아나는 봄풀처럼 산막의 일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 시링히는 사람의 옷을 뜨게질하는 여유와 정성 같은 것을 들이고 싶다.


오늘은 밭뚝가에 있는 오래 된 우물을 청소하려고  덮어 두었던 뚜겅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도롱뇽 서너 마리가 물밑으로 숨어드는 것을 본 것이다. 그러나 도롱뇽의 알은 호수로 이어지는 물막이에 단단히 붙어있었다.  알을 낳은 지는 조금 된 것 같다. 반가움과 고마움, 그리고 다시 이곳에서 만나지는 도롱뇽 이야기......

언제쯤이면 나는 가슴 뛰지 않고 도롱뇽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

도롱뇽 소송을 시작한 것은 3000배 기도 중이었다. 정부는 천성산 문제의 주측이던 천성산  대책위를 제외하고 정치적으로 연대관계에 있던 부산의 한 시민단체와  노선 검토위라는 것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었다. 그들이 형식적인 수순을 밟고 있는 동안

나는 8월의 뙤약볕 아래서 40일이 넘게 절을 하면서 나의 신앙을 시험하고 있었다.
부처님이 계시다면 .....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그들은  40여일 만에  기존 노선 강행을 확정발표했다.
슬픔과 분노가 엇갈려 갔고 믿음이 없는 나는 시험에 들고 말았다.
부처님이 계시다면 .....  

그때 나를 일으켜 준것은 바로 이 작은 생명체인 도롱뇽이었다.
아주 어린 기억 속에서 도롱뇽은 물가에서 만난 첫번째 봄의 기억이었다..........

그 도롱뇽이 이제 다시 봄을 이야기하며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니 도롱뇽은 내가 오기 훨씬 전부터,  수천년 동안 이 마르지 않는다는 이 작은 샘가에 알을 낳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다만 이곳에 초대 된것이다.
이 아름답고 작은 오래 된 샘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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