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2-25 12:42:42)
초록
봄볕에서























봄 볕은 잠재워 두기 어렵다.
예년 보다 한 달 일찍 찾아오는 봄이라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따스함이 배어 오니 좋다. 미루었던 이불 빨래도 하고 겨울 내 입고 다녔던 누비도 푹푹 삶아 빨아 햇살에 펴 넌다. 한달동안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던 매주도 꺼내 깨끗이 씻어 장독 위에 널어 둔다. 무너진 축대도 쌓아야하고 밭도 갈아야한다. 일은 더디고 마음이 더 바쁘다.

명절이 지나자 어르신들은 밭에 거름을 넣으시고 논에는 비료를 놓으시러 자주 논밭에 나가신다.
올해는 이 밭에 고구마를 심어야지..... 작년에 심었던 콩은 재미를 보지 못했기에 하시는 말씀이시다. 밭을 보며 여러 가지 구상을 하신다.  농부의 꿈은 심은 대로 걷우는 소박한 꿈이다. 꿈이라기보다는 무탈하게 살아지기를 염원 할 뿐이다.

밭은 거의가 비탈진 산밭이다. 조금 반듯한 올바른 자리는 거게가 논이다. 다락 논은 못자리도 손으로 심을 수밖에 없다. 쌀금이 떨어져 논농사 짓는 일이 어렵다고 하지만 농부들에게 논은 자식 다음으로 중요하다. 논을 팔아야 할 때는 대게 자식들 때문이다. 아랫마을 박처사는 논 열 마지기를 팔아 큰아들을 대학까지 보냈고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학교수로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 아들이 농사를 돌보며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명절 전 날 저녘 늦게 와서 차례 지내고 바로 떠나는 큰 아들을 <가방끈 긴 놈이 더 바쁘데이> 라고 하시며 아쉬워하신다.

그러기에 명절 다음 날 마을은 조금 우울하다. 오랜만에 마을에 불이 환하게 켜지고 사람 소리가 들리다가 하루 만에 다시 정적이 돌아온다. 그러기에  할매들은  -  티레비가 자식 열보다 낮다 하신다.

오늘은  보름에 지낼 산제를 의논하기 위해 위해 어르신들이 이장님 댁에 모여  제주와 같이 할 일손을 돕는 일을 논의하셨다.  제주는 이장님께서보시고 일손을 거드는 일은 상철이 아저씨께서 보신다.   제문도 다시 쓰고 산신각 청소도 해야하고 음식장도 미리 봐야학 때문에 회의 시간도 어느때 보다 길었다.

요즘 사람들은  미신이라고 할테지만 산을 의지하고 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산제는 중요한 행사이다. 기복을 비는 종교 행위보다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에 예를 올리고 안녕을 비는 일이 훨씬 더 신앙적이다.

우리 민족의 선민 사상은 대체로 무속과 토템 신앙에 연결되어 있다.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없을 때 길흉이 하늘에 있다고 믿었고  제계를 하고 산과 바다와 큰 나무와 큰 바위 아래서 제를 지냈다.

K교수님은 무속 신앙을 <지구적 본능>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나도그 말에 동의한다. 이 <지구적 본능> 이라는 말은 종교가 가지고 있는 허상을 벗겨버리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의 하느님은, 그리고 부처님은 성전에 계시지 않는다.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웃속에  에수님은 계셨고 싯달타는 맨발로 갠지스 강가에 서있었다. 그러기에 역대 조사들은  다만  한벌의 동냥그릇(바루)과  한벌의 가사를 전하며 깨달음의 증표로 삼았다.

應無所主 以生起心 일 뿐이다.
(머무는 곳 없이 그 마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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