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2-15 10:06:31)
초록
마을 청소


오늘 마을에 대청소를 실시 할 예정입니다.
쓰레기봉투도 갖다 놓았으니 9시경에 모두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거듭 안내 방송 드리겠습니다......



아침 방송에 맞추어 마을 공터로 나갔다. 어제 밤새 비가 온 탓인지 날씨가 쌀쌀하다.
마을 대청소는 명절을 전후로 일 년에 두 번 한다. 추석을 앞두고 하는 청소는 풀베기에 주력하고 설 명절을 앞두고 하는 청소는 주로 논이나 밭둑에 버려져있던 비닐이나 폐휴지, 공병 같은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각자가 흩어져 집 주변부터 모아 온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하고 나무나 태워도 좋을 것은 한곳에 모아 바람이 없는 날 태운다.젊은 청년들이 올라와서 거들어 마을 청소는 시간 남짓 끝났다.

설이 가까워 오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생선이 걸려 있다. 명절을 앞두고 내일이 대목장이지만 그래도 이곳 어르신들은 지난 장날 대게 장을 보셨다.  혹여 깊은 눈이라도 오면 20리 길을 꼼짝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래떡도 미리 빼놓으시고 묵나물도 꺼내 삶아 둔다.  

멀리 도시에서 자식들이 오면 손에 들려 보낼 것을 장만하느라 부지런히 광을 다니신다. 식혜는 큰 아들이, 감주는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마른 명태도 사다 조림한다. 둘째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이란다.

손자들이 오면 입이 궁금하다고 강정도 만든다. 할아버지가 옆에서 거드신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거 안먹어, 과자가 천지데> <그거 다 방부제 든 수입밀가루로 만든 거 아이오> <그래도 그 맛에  길이  들어서.....> 할아버지는 밤이면 앓는 할머니가 더 걱정이다. 일 년에 두 번 오는 자식과 손자들,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않고 다시 정지로 나간다.

필경, 그런 기다림들이 할머니의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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