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2-09 01:06:08)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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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이네 송아지



호영이네 집에는 동물들을 많이 키운다.
토끼와 염소, 가끔 짖어대는 강아지 울음소리도 호영이네 집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호영이는 구릉마을 끝집 막내아들 이름이다. 나이가 서른 중반을 넘었어도 동네 어르신들께서 “호영아, 호영아”하고 부르니 나도 그렇게 부른다. 도시에서 살다 들어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가끔 만취되는 일만 아니면 참 착한 청년이다. 짐승이나 꽃과 나무를 좋아해서 유독 많은 짐승들을 키우고 마당 가득 모종 화분이 어질러져 있다.

호영이네 소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 보았다.
나는 아직 이곳 동물들과 잘 사귀지 못해서 소도 닭도 나를 보면 아직 외지 사람 취급을 하고 긴장하고 달아난다. 어미 소는 내가 가까이 가자 몸을 일으켰고 송아지도 덩달아 어미 뒤로 숨는다. 양지쪽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렸으나 어미는 긴장을 풀지 않는다. 그래도 새끼는 경계를 풀고 어미 곁에 가서 젖을 빨고 나딘다.

  

갓 태어난 송아지라고 하지만 이미 제법 컸다. 몸무게가 15kg 이상 나갈 것 같았다.
<아, 정말 저렇게 큰 생명이 뱃속에 들어 있었구나.>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걷기 시작하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사람만큼 부모에게 의존적인 동물도 없다. 성장기는 물론이고 분가를 하고 살아도 언제나 내 자식이다.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 주는 일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舐犢之愛(지독지애)라고 하는데 원래는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으며 사랑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어미소는 송아지의 몸 구석구석을 혀로 닭아 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거나 가슴에 묻는다거나 하는 말은 모두 자식이 부모의 일부라는 뜻일 게다.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호영이 어머님께서 쌀 한 되와 배추 한포기를 비닐봉지에 넣어 주신다. 어제 방앗간에서 새로 찧어온 나락이라고 ......

걷어두시라고 미루고 나오는데 구릉다리께 까지 봉지를 들고 따라 나오시니 할 수 없어 받아들고 온다.  열 집의 밥을 빌어 한 끼의 끼니를 때운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 부처님 앞에 공양미와 청수를 떠 올리고 향을 사른다.

- 절하는 무릎이 어름과 같을 지라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拜膝如氷無戀火心)
  주린 창자가 끊어질 것 같아도 밥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고 (餓腸如切無求食念)

행자 때 늘 암송했던 구절인데 얼마나 무심하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일지 :   제비가 방앗간 앞 감나무 둥지에 집을 짓기 시작하다.
                     나무 할머니 말씀 : 예년보다 낮은 곳에 집을 짓고 있어 올해는 바람이 많이 불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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