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7-09-20 23:14:03)
초록
대목장




남이 장에 간다하니까 미친년 돌빡지고 따라간다고,
장을 보러 가시는 어르신들을 따라 장날만 들어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보는 장을 한목 본다고 해서 대목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보따리는 어느 때 보다 크고 무겁습니다.

언덕을 내려갈 때 기사아저씨께서 <사람도 잘 부뜰고 물건도 잘부뜨이소> 하고 안내 방송을 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산촌마을을 다니는 버스 안은 순식간에 떠들썪한 만남의 장소가 됩니다.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방 50리 까지는 면이 바치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이번 폭우로 피해 없었는교
-벼 눕어 아바이 사흘 묶었느디 손이 다 이물었데이
-나리 이래서 큰일 이래이

- 박스안에 뭐담았느교?
-삐아리
-와 삐아리 굵데이

-보자기 싼거 뭔교
-어제 밭에서 켔지
-도라지 근에 얼만교
-지난주 5천원 했는디 가봐야 알제

-아주버니 벌초하러 왔드나?
-하모, 벌써제

어느새 버스는 시장 입구에 도착했고  할매들은 시장 귀퉁이 목 좋은 곳을 찾지만 오늘은 대목이라 그런지 이미 빈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할매는 가져간 도라지를 조금 한갓진 곳에 펴고 도라지 껍질을 까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한없이 높아지고 넓어지고 빨라지지만 할매들은 그렇게 60년을 살아왔고  남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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