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9-06-02 22:56:10)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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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짐을 꾸리며
두달만에 산막에 돌아 왔더니 마당에 씨 뿌리지 않은 풀들이 무성하다.
집을 떠나기 전에 밭에 심어 놓은 고추와 감자는 덤풀 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화분에 옮겨 심었던 분재들은 말라 죽었고
벌들은 아궁이에 집을 지었으며  고양이는 창고에 새끼를 낳아 식구를 더했다.
항아리엔 물이 들었고 장엔 구더기가 생겼다.

부뚜막에 쌓인 뽀얀 먼지를 대충 쓸어내고 길이라도 내기 위해 마당에 앉아 풀을 메다가 ,
땅에 묻어둔 시어터진 김치를 찬으로 부뚜막에 앉아  밥을 먹어도... 달기만하다.

굴뚝에 연기가 나자 마을 할매들은 일손을 놓고 올라오셨다.

- 아이고 어데 갔다 이제 오시는교?
- 스님 안계시니 적적하니더
- 테레비에 나오길레 감옥에 간 줄 알았니더

- 감옥에 갔으면 면회 오라  통보했지

눈물을 글썽이시며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으시고 저녁 무렵에는 저녁상 봐놨다고 기별이 온다.
이집 저집 다니며 7주일을 밥을 얻어먹었다.

벌써 그리됐나?

어김없이 지난 계절처럼 다락논에 모가 심어지고  뻐꾸기도 와서 울어주고 소쩍새도 와서 울어준다.
매실도 익었고 살구도 산딸도 산복도 따야하지만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내가 없으면 더 잘 크는 풀들처럼, 내가 없으면 더 높게 노래하는 새들처럼
세상은 고요하고 무심하게 돌아가는데  그 무심함을 한 켠에 두고  다시 짐을 꾸린다. 



빛처럼 날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 세상에 왔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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