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9-02-24 22:17:06)
초록
봄을 보내며



지난 며칠 동안 집 주위에 산수유와 10구루의 호두나무를 심었습니다. 오죽으로 울타리도 쳤습니다.
마침 단비가 내려  땅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어  나무를 심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간장과 고추장도 담았습니다. 직접 말린 고추로 고추장을 담고 보니 마음이 여간 흐믓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무를 심고 장을 담그고, 물 깃고 나무하고  ...
덤 처럼 살았던 이곳  생활도, 산막일지도  당분간  휴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조선, 그 모래 동아 일보 심리가 있고  서울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4대강 정비사업의 시발점인 안동에서 부터  을숙도까지 낙동강 구역을 도보순례를  떠나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순례라는 말이 성스러운 땅을 참배하는 성배의 행위라면 제게 있어 - 아픔의 땅 외에 다른 성스러운 곳은 없지 싶습니다.

순례는 3월초에 시작하지만 미리 이렇게 인사들 드리는 것은 정을 떼야 발길이 떨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설령 다시 돌아 온다고 해도  이곳도 지금과 같이 적막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이 산촌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이곳에도 문명이라는 것이 밀려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산골을 찾는 것은 기특함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봄, 봄 들판, 봄 밭을  덤풀속에  남겨두고 다시 떠돌아야 하는  이런 저런 상념들을 다독이며 ....    
이곳에서 와서 처음  봄을 맞으며 썼던 오늘의  일지를 다시 넘겨봅니다.


쑥을 뜯으며

봄볕에 앉아 쑥을 뜯는다. 벌써 2시간이나 지났지만 쑥바구니는 반도 차지 않았다.
어릴 적에도 뒷산으로 나물하러 가면 언니는 한소쿠리 할 때 내 소쿠리는 반소쿠리도 차지 않았다.

그래도 이른 봄날 이렇게 밭 뚝에 앉아 쑥을 캐고 쑥을 다듬는 얼마나 고즈넉한 일인가
이 나른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많이 방황했던가.
이 봄이 내가 쉰 번째 맞이하는 봄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4번의 봄과 겨울을 나는 거리에서 지냈다. 신부님의 말씀 데로 철저하게 무너졌다.
이젠 나도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20년 동안 꿈으로만 왔던 그를 보냈듯이 꿈의 한자락으로 오는 이 허망한 아픔들을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생의 한 부분이었고 전부였다.
그로 인해 나는 얼마나 비참했던가.  그러기에 그에 대한 추억은 물릴 수가 없다.
그가 내게 던져 놓고 간 것은 그 비참을 혼자 극복하라는 것이었다.
세월이 이 만큼 흘러 그것을 다르게 이름지어 쑥바구니에 눌러 담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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