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2009-02-14 22:53:11)
초록
발렌테이데이


서울에서 내려 오는 지하철 안에서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스님, 오늘이 발렌테이- 데이인데 초콜릿 하나 사주십시요" 하며초콜릿 바구니를  제게내밀었습니다.
일순,  전철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요상하게 제게로 옮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행인지 지갑 속에는 만원 짜리 지폐 몇 장 뿐이어서 제가
"잔돈 있으세요?" 하고 여쭈니
"예? 예!"
초콜릿과 9000원의 잔돈을 받아 얼른 걸망 속에 넣고  제게 집중 되어 있는 시선을 닫으려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고 있으려니 문득  새중 시절 기도부전 살 때,  할머니  한분이 법당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고 부처님께 3배를 드린 후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있는 제게 닥아와 불쑥 ,
"스님, 9.000원 거슬러 주소" 하고 재촉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목탁을 놓고 종무소에 가서 만원짜리를 잔돈으로 바꾸어  9000원의 거스름 돈을  돌려 드린 일이 생각났습니다.


토요일이라  길이 밀린다며 4시간 30분을 휴게소 한번 쉬지 않고  줄창 달리는 고속버스 속에서 할아버지께서 주신 초콜렛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입안에 스르르 녹는 달콤함으로 허기와 피로를 녹이고 있는데 문득 신경을 고추 서게했던 할아버지 한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스님,  오늘이 발렌테이 데이인데 ......"
이래저래 쓸쓸한  중 바랑속의 참빗같은 날입니다.


유년의 추억(모래벌)  위에 서 있는 한강변의 빌딩, 그리고 긴 자동차 행렬들 ... 
황사와 메탄의 숲에 깃들여 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 그래도 must be...해야  합니다.

초록 (2009/02/15 18:35:58)

나는 영어의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 must be”라고 생각한다. 영어가 짧은 내겐 그것은 아름다운 주문이다.
조건 없이, 까닭 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하여야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천성산 이야기는 그렇게 아무런 이유 없이 내가 살아왔던 세상에 대한 두근거림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가슴 두근거림을 받아들인 아름다운 형벌이었다 - 2004년 10월
 

   

204   솔밤나무  초록 18/09/20 16 
203   구름길  초록 18/09/05 17 
202 비밀글입니다  새날에 쓰는  초록 18/07/24
201   딱딱이의 예쁜 여자친구  초록 18/07/23 25 
200     [re] 딱딱이의 예쁜 여자친구  초록 18/08/01 18 
199   매실참사  초록 18/07/07 25 
198   정지에 물이 들었다.  초록 18/07/07 18 
197   지네장과 불독사  초록 18/06/29 25 
196    Tongwater  초록 18/06/24 23 
195   원대한 목표  초록 18/06/24 27 
194   자야할매네 밀밭  초록 18/06/19 24 
193   대뿌리를 태우며  초록 18/06/13 26 
192   습설  초록 18/03/22 56 
191   봄농사  초록 18/03/19 54 
190   봄의 정령  초록 18/03/01 70 
1 [2][3][4][5][6][7][8][9][10][11][12][13][14]